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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용기를 가지렴
글쓴이 : 황선하   작성일 : 12-09-04 15:01  
조회 : 1,606   추천 : 1

○ 나의 삶, 나의 운명
 오빠는 1951년 5월 5일 태어났다. 어린이날이었지만 엄마에게는 앞으로 이어질 지옥 같은 나날의 시작이었다. 손가락 발가락이 하나도 없는 오빠가 태어난 뒤 아빠는 밖에서 집 안이 안 보이게 창문마다 커튼을 쳤다. 오빠를 데리고 외출하는 일도 물론 없었다. 병원에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집 밖으로 나가야 할 때는 손발을 천으로 둘둘 말았다.

3년 후 내가 엄마 배 속에 생겼을 때 의사 선생님은 의학적으로 오빠보다 상태가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아빠는 나를 지우자고 했지만 엄마는 낳겠다고 고집했다. 아빠는 집으로 온 산파에게 아이가 태어나면 곧바로 목을 졸라 사산(死産)으로 신고하자고 했다. 한 명도 힘든데 두 명을 키울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산파는 나를 받아들고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아빠도 끝내 용기가 없었고 나는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

세 살 때쯤이었을까.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밖에서 울며 들어온 나를 옆집 아줌마가 꼭 껴안았다. 그리고 들려준 말은 평생 내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이 네 불행을 모두 가져가 주는 거야.”

우리 오누이는 부모가 데리고 다니는 조건으로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구석에 처박혀 투명인간처럼 지냈다. 친구들과 인사할 용기도 없었다. 하루는 학급회의에서 ‘지각하지 말자’는 안건에 대해 거수투표를 했는데 하나뿐인 손가락이 부끄러워 팔을 어깨 높이까지밖에 못 들어올렸다. 반장이 내 손을 못 보고 반대하냐고 따졌지만 “손을 올렸다”는 말을 끝까지 입 밖에 내지 못했다. 짓궂은 아이들은 ‘데나시(手なし·손 없는 사람)’라며 물건을 집어 던지기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어느 날 갑자기 나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뭔가 계기를 만들어야 했다. 어릴 때 옆집 아줌마가 들려줬던 말을 떠올리며 용기를 냈다. 학급 서기에 자원했다. 칠판 앞으로 나가 아이들에게 두 손을 보이며 분필을 움켜잡고 선생님 전달 사항을 써내려갔다. 이후 누가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들과 처음으로 ‘안녕’ 하고 인사를 나누게 됐다. 말을 걸어주는 게 고마워 친구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더니 친구가 점점 늘어났다. 고민을 상담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학교에서 ‘신경안정제’로 통했다. 중학교에 가서도, 중학교 졸업 후 직업학교에 가서도 새로운 환경이 시작되면 으레 괴롭힘이 맨 처음 나를 맞았지만 밝은 마음으로 맞섰다. 끝내 안 풀릴 때도 있었지만 물러서지는 않았다.

○ 괴롭힘은 마음의 병
 중학교 때 나를 공원으로 불러내 별 이유도 없이 반 분위기를 깬다며 괴롭히던 반장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19세 때 그를 우연히 만났다. 놀랍게도 반장은 당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반가워했다. 자신이 괴롭힘을 했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

‘피해자는 못 잊는데 가해자는 이렇게도 무심할 수가….’

괴롭힘은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이 상한다. 직업학교 다닐 때 나를 이유도 없이 미워하던 한 선생님은 괴롭힘도 사회에 나가기 전 필요한 경험이라고 했다. 당하는 사람이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괴롭힘은 없어지지 않는다. 괴롭힘에 구실과 변명거리를 주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로도 괴롭힘은 정당화될 수 없다. 괴롭힘은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고 노력해야 한다. 포기하면 안 된다. 그런 마음가짐이 출발점이다.

나는 아이가 없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없기 때문에 부모가 아니라 아이 처지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가족 모임에 나가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내 몫이다. 어쩌면 일평생 남의 얘기를 듣는 게 하늘이 내게 내린 사명인지도 모르겠다. 장애가 있어 보통 사람이 경험하지 못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괴롭힘 당하는 아이들은 부모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말해도 소용없다는 자포자기 심정도 있겠지만 부모님이 걱정할까 봐 말을 안 한다는 아이들이 많다. 누구라도 좋으니 아이가 부모 아닌 주변의 어른들과 만날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 부모에게는 못하는 이야기를 다른 어른에게는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을 괴롭힘 하는 아이는 마음의 병이 있는 아이다. 주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울분을 자신보다 약한 아이에게 푸는 것이다. 옛날에도 괴롭힘이 있었지만 요즘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사회 공동체가 무너지면서 말을 걸어주는 이웃이 없고 어른이 없기 때문이다. 외로움에 방치된 아이들은 혼자서 마음의 병을 치유할 방법을 모른다. 지하철 맹독가스 살인사건으로 일본에서 큰 문제가 된 옴 진리교 신자 가운데는 좋은 대학을 나온 똑똑한 사람도 많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신자가 됐을까’ 하지만 마음의 병을 다스릴 약을 찾아 사이비 종교에 빠져든 것이다.

괴롭힘 당하는 아이들에게 늘 들려주는 말이 있다. ‘괴롭힘 하는 아이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말고 솔직히 감정을 말해라. 마음이 아팠다고, 정말 충격 받았다고. 상대는 사과를 안 하겠지만 어쨌든 이야기를 하고 나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지면 안 된다. 내가 주변 사람에게 심려를 끼친다는 생각도 하면 안 된다. 주변에 내 마음을 알아줄 사람은 누군가 한 명은 반드시 있다. 그 사람을 찾아라. 괴롭힌 아이에게 복수한다는 심정에 자살할지도 모르지만 너를 죽인 아이는 얼마 안 가 모든 일을 잊어버린다. 피해자는 못 잊는데 가해자는 잊는다. 죽은 너와 네 부모님만 안타까울 뿐이란다.’

○ “얘들아! 용기를 가지렴”
 오리토 씨가 괴롭힘 당하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7월 27일자 아사히신문 독자투고란에 소개되자 뜨거운 반향이 이어졌다. 한 독자가 페이스북에 내용을 소개하자 4일 만에 6만 건의 ‘좋아요’ 추천이 있었고 20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 “어릴 때 괴롭힘 했는데 이 글을 읽고 그 친구를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용서를 구하기로 했다”는 참회와 “학교 교과서에 실어 달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출판 제의도 있었다.
응원 글을 읽으며 오리토 씨의 뺨은 감격의 눈물로 뜨거워졌다.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곳인가 보다…. 얘들아! 용기를 가지렴

PS
정말 가슴이 찡하는 기사가 있어서 올려놓습니다.

“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 내가 네게 명령하여 이르노니 너는 반드시 네 땅 안에 네 형제 중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지니라” (신15:11)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저 작은 도움이라도 필요한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됩니다.
우리가 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고 대단한 일이 아니지만 그 작은 일로 말미암아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는 그것마저도 크나큰 용기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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